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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케인 법인세 내려 투자 더 늘린다, 오바마 부자들은 세금 더 많이 내라

기사입력 2008-09-09 09:45 기사원문보기


▶조세정책에서 상반된 입장을 보이는 매케인(왼쪽)과 오바마.



매케인과 오바마의 경제관은 상충한다. 가장 큰 차이점은 조세정책이다. 오바마는 부유층의 세금을 높이고 중산층과 빈곤층에 부를 분배함으로써 미국 경제를 재건하겠다는 입장이다.

매케인은 반대로 부시 대통령의 세금 감면 정책(부유층 포함)을 그대로 유지하되 법인세를 크게 내려 투자를 장려하고 일자리를 창출할 계획이다. 둘 다 장단점이 있지만 오바마의 세금정책은 장점보다 단점이 더 많아 보인다. 상위 1%의 고소득자라면 말할 것도 없다.

미국 세금정책센터(TPC)에 따르면 오바마 집권 시 상위 1% 최상류층의 평균 세액은 연간 9만3709달러 늘어나 65만2890달러에 달한다. 매케인이 집권하면 오히려 4만8862달러 줄어든다. 하지만 부자들만의 문제는 아니다. 2조 달러에 이르는 조정 후 총소득(AGI: 소득공제를 빼고 남은 과세소득의 합계) 중 20%가 상위 1%의 고소득자에게서 창출된다.

이들은 투자와 소비 흐름을 주도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물주’ 역할을 한다. 경기가 악화되는 현 상황에서 고소득층의 세후 소득을 줄이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다. 오바마는 금융소득과 주식·보험 배당금에 대한 과세도 인상하겠다는 입장이다. 상속세 부담도 매케인보다 훨씬 늘릴 전망이다.

마치 1920년대 대공황을 일으킨 ‘주범’ 허버트 후버 전 미국 대통령의 실수를 되풀이하고 싶어 하는 듯하다. 후버는 최고세율을 25%에서 무려 63%까지 늘리고 법인세를 대폭 인상했다. 그 결과 투자의 씨가 말랐고 미국은 더욱 깊은 침체의 늪에 빠져들었다.

의회도 손에 쥔 오바마의 모험

차기 미국 대통령은 연간 5000억 달러에 이르는 재정적자를 짊어지고 임기를 시작한다. 세금을 어느 정도 올리고 지출을 줄이는 건 어찌 보면 당연한 선택이다. 그렇더라도 오바마의 조세 철학은 ‘투자층의 세금을 인상하는 건 투자 증대에 결코 도움이 안 된다’는 역사적 교훈을 외면하고 있다.

그는 클린턴의 영광을 재현하고 싶은 건지도 모른다. 민주당은 클린턴이 조세 부담을 올려도 높은 경제성장률을 기록할 수 있다는 점을 입증했다고 주장한다. 클린턴 정부 시절 미국은 연간 280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고 증시는 활황이었다.

그러나 만약 클린턴에게 전권이 주어졌다면 미국 경제가 지나친 조정과 간섭으로 타격을 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비판론자들은 클린턴이 균형을 맞출 수 있었던 건 공화당이 하원을 장악하는 등 끊임없는 견제세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반면 오바마는 민주당 천하에서 임기를 시작하게 된다. 부시 정부에 대한 반감 때문에 공화당의 입지가 몰라보게 초라해졌고 민주당은 1937년 이래 미 의회에서 최대 규모의 의석을 확보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오바마는 연간 25만 달러(약 2억6000만원) 이상 소득자에 한해 세금을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현행 35%의 최고세율을 클린턴 정부 수준인 39.6%로 올리겠다는 계획이다. 또 금융소득과 배당금에 부과되는 세금을 15%에서 20%로, 가능하면 레이건 정부와 같은 28%까지 끌어올리겠다고 했다.

이들 고소득층의 사회보장세(정부의 연금정책을 위해 급료와 임금 등에 과세되는 급여세) 역시 2%에서 4%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오바마의 경제수석고문은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를 통해 세금 인상 대상이나 최고세율을 조정할 계획을 밝혔고, 오바마 역시 사회보장세 개편 실행을 2018년 이후로 늦출지 모른다고 말하는 등 약간의 변화가 예상된다.

원래대로라면 오바마의 향후 10년간 세 수입은 부시의 감세정책이 영구 적용됐을 경우보다 8000억 달러가량 늘어난다고 세금정책센터는 전했다. 매케인은 부시의 현행 세율을 그대로 유지하고 법인세를 25~35% 감면할 계획이므로 6000억 달러의 세입 축소가 예상된다.

오바마는 부유층에게 걷은 돈을 밑천으로 서민들의 세율을 낮추고 전국민 의료보험제도(연간 550억 달러 소요 예상)의 기반을 마련할 작정이다. 최빈층에는 어린이 의료보험이나 주택담보대출, 교육 등의 혜택을 확대하겠다고 했다.

오바마는 고유가와 식품 가격 상승으로 심화된 빈부격차를 세제개편을 통해 줄이려 한다. 세금을 늘리는 정책이 일자리 창출에 걸림돌이 된다는 비판을 의식했는지 오바마는 중소기업이나 신생기업에는 금융소득에 대한 세율을 0%로 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구체적인 실행 방안은 나오지 않았다.

그것만으로 세금 인상에 따른 부작용을 상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매케인의 조세정책은 오바마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부유층을 ‘단죄’하기보다 오히려 법인세를 낮춰 미국 기업들을 훨씬 매력적인 투자처로 만들겠다는 계획이다.

반면 직장의료보험 혜택을 누리던 근로자들은 피해를 보게 된다. 직장의료보험제도를 폐지하는 대신 국민 1인당 2500달러, 가구당 5000달러의 세금 환급 혜택을 주겠다는 것이다. 보장 범위가 넓은 의료보험에 들고 싶다면 추가로 돈을 내야 한다. 매케인 진영은 세수입을 늘리려는 게 아니라 과도한 의료비 지출을 줄이려는 게 의료보험 개혁의 핵심이라고 설명했다.

매케인은 성장에 초점

매케인은 대체최저한세(AMT: 일정 소득을 가진 개인이 적법한 세금혜택을 받더라도 일정 수준의 세금은 최소한 납부해야 한다는 취지의 추가세금) 감면도 추진하고 있다. 부시 정부의 감면정책과 마찬가지로 누진세율 규정이 없어 고소득층이 최대 수혜층이 되리란 예상이다.

세금정책센터에 따르면 매케인은 전체 미국 가구 60%의 조세를 감면하게 된다. 하지만 최하빈곤층에서는 다섯 가구 중 한 가구만 실제 혜택을 받는다. 매케인은 정부 지출을 최대한 억제해 재정적자를 줄이겠다고 외친다. 성공 여부는 불투명하지만 그가 예전부터 정치적 선심끌기 정책에 반대해 온 건 사실이다.

또 자신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올인’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불필요한 정부 지출을 줄이고 선심성 법안의 입안자를 ‘악명 높게’ 만들겠다고 말한다. 또 매케인은 공화당 소속이다(보수적인 레이건보다 온건파 넬슨 록펠러에 더 가깝긴 하지만).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에 오바마보다 분명하게 반대의사를 밝힐 수 있다.

그럼에도 월스트리트는 오바마에게 꽤 호의적이다. 오바마는 워런 버핏이나 폴 보커 전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등을 고문으로 끌어들였다. 투자자들이 정공법이 통하지 않는 시기에는 상식에 반하는 접근도 나쁘지는 않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고 워싱턴 ISI 그룹의 애널리스트 톰 갤러거가 말했다.

빌 클린턴은 세금 인상의 부작용을 우려하는 목소리를 말끔히 잠재웠다. 거기에는 상당한 운도 따랐다. 다수당인 공화당이 눈에 불을 켜고 그의 조세와 지출 정책을 감시했고 FRB는 유례없는 금리 인하를 단행하며 경기부양의 견인차 역할을 했다.

오바마 역시 행운이 따를지 모른다. 국제유가가 배럴당 50달러로 떨어지거나 잡초를 제트기 연료로 바꾸는 혁신적인 기술이 발명될 수도 있다. 더 확실한 방법은 오바마가 78년 만에 찾아온 최악의 경제 위기에서 과연 세금 인상이 현명한 선택일지 다시 생각해 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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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Janghodu